노트북을 교체하려고 여러 방면으로 알아보고 있습니다. 개인 돈으로 장비를 사야 하기 때문에 지출 금액이 큰 부담으로 다가옵니다. 자금이 넉넉하면 끝 없이 사양을 올리겠지만 그럴 수가 없습니다. 이번에 두루두루 찾아보니, 대부분 리뷰를 하는 분들이 유튜버인 것 같습니다. 영상작업 위주로 평가하다 보니 개발 머신 선택에 판단이 흐려집니다. 어찌나 고사양을 언급하시는지…

자신에게 어떤 장비가 필요한지 고민해봐야 합니다. 저는 iOS 개발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맥을 사용하지만, 정말로 많은 개발자들이 맥이 아닌 윈도우에서 작업하고 있습니다. xcode 로 빌드해야 하는 iOS/Mac 개발이 아니라면 굳이 맥을 장만할 필요가 없습니다. 다만 성능이 필요하다면 맥을 고려해볼 필요가 있겠죠. 웬만한 인텔칩 박힌 장비보다 전력 대비 성능이 아주 많이 좋습니다. 배터리 들어가는 노트북 계열에서는 경쟁 상대가 없죠. 그럼에도 맥이 아니어서 불가능한 그런 경우는 거의 없습니다.

일부러 애매하게 설계된 가격과 성능

이번에 나온 M4 칩의 종합 성능은 M2Pro 와 비슷합니다. 게다가 전력은 훨씬 적게 사용하죠. 정말 잘 나온 칩입니다. 계륵같던 M3 칩을 거쳐서 드디어 업그레이드를 생각해볼만한 기대치로 올라온 것 같습니다. 기존에 M1칩 사용하던 분들에게도 성능향상이 체감될 정도이니 이 정도면 괜찮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가격이… 볼 때마다 화가 납니다.

이전에 8g 램은 일상적인 수준에서도 말도 안 되는 사양이었습니다. ‘애플 실리콘은 효율이 좋아서 윈도우 16g 가 맥에서 8g 와 동일하다’ 이런 개소리를 하는 제품 리뷰어의 사탕발림에 넘어가 깡통을 구매하신 선량한 사람들이 많이 있습니다. 이번에 애플이 ai 구동 관련하여 도저히 안 될 것 같으니 8g 기기는 버렸죠. 예견된 일이었습니다. 요즘 시대에 맥이든 윈도우든 16g 램은 일상 수준에서 활용할 수 있는 최저 사양입니다. 디스크 캐시를 읽어오는 속도가 빨라 기존 8g 램에서 크게 체감되지 않았던 것 뿐이지 ssd 수명을 갉아먹고 있던 것은 명백합니다.

256g ssd 도 역시나 말도 안 되는 구성입니다. 이 정도면 겨우 웹서핑이나 해야 하는 단말기 수준입니다. 소프트웨어 설치하고 사진 몇 장, 음악 앨범 몇 개 담으면 가득 찹니다. 뭘 해볼 수도 없습니다. 요즘 시대에 512g 정도 되어야 일상적인 용도로 활용이 가능합니다. 휴대폰 사진이나 영상을 동기화하고 음악 앨범 수십 개 넣고 영화 몇 개 담겨있거나, 간단한 이미지 편집 소스, 코드 소스나 업무 파일, 학생이라면 논문자료, 과제 및 발표자료 등 어느 정도 넣고 다닐 수 있는 최소 구성이죠. 넉넉하지는 않지만 그럼에도 쓸 수 있는 수준의 용량입니다.

맥북이 답답하게 느껴질 때 즈음에서 애플은 신제품을 보여주고 구매를 유도합니다. 그래서 얼마 쓰지도 않았는데 또 사고 싶어지고 사야 할 것 같은 기분이 들게 합니다. 매우 사악한 기업입니다. 애플은 하드웨어를 판매하는 회사이고, 사람들이 기기를 자주 사줘야 유지되는 회사입니다.

돈을 아끼기 위해서 개발자에게 적합한 사양을 정리했습니다.

MODEL CHIP RAM SSD PRICE CTO
Mini M4(10/10) 24 512 ₩1,490,000 32+1T = ₩2,090,000
Mini M4Pro(12/16) 24 512 ₩2,090,000 48+1T = ₩2,990,000
Mini M4Pro(14/20) 24 512 ₩2,390,000 48+1T = ₩3,290,000
MBAir 13 M4(10/10) 24 512 ₩2,190,000 32+1T = ₩2,790,000
MBAir 15 M4(10/10) 24 512 ₩2,490,000 32+1T = ₩3,090,000
MBPro 14 M4Pro(12/16) 24 512 ₩2,990,000 48+1T = ₩3,890,000
MBPro 16 M4Pro(14/20) 48 512 ₩4,290,000 +1T = ₩4,590,000

일단, 어느 직군에 있든 현실적인 개발머신으로 램은 최소 24g 가 되지 않으면 좀 힘들 것 같습니다. 프론트엔드도 이제 24g가 최소 사양일 것 같습니다. 예전 M1의 16g 램이 M4의 24g 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짠돌이 같은 애플이 8g 램을 거저 주는 데는 이유가 있습니다. ai 를 꺼버린다 하더라도 향후 OS의 기본 램 사용량이 증가한다는 것을 뜻합니다. 그래서 개발 머신을 새로 장만한다면 16g 는 이제 고려하지 않는 편이 낫겠습니다. 좀더 원활한 사용을 원한다면 32g 램으로 구성하는 것이 정신건강에 좋을 것 같네요. 솔직히 이 정도는 되어야 부족하지 않습니다. 시뮬레이터나 가상환경을 몇 개 띄우고, 개같은 xcode 나 무거운 JetBrains 계열 IDE 를 두세 개 열어 두어도, 프로젝트가 좀 커도, 이 정도 램이면 할만 합니다.

용량은 최소 512g 는 되어야 겨우 여러 프로젝트나 샘플, 도서 등을 담아둘 수 있습니다. 개발하는 데 큰 용량이 필요한 것은 아니지만 이 정도 용량이 되지 않으면 곤란해집니다. 이 용량은 정말 금방 찹니다. 지우고 새로 담는 것도 한계가 있습니다. 개발하는데 운신의 폭이 좁은 최소 용량입니다. 만약 개인적인 사진을 담거나 음악 앨범도 몇 개 저장하고 가뭄에 콩 나듯이 어쩌다가 이미지 편집도 한다 싶으면 1Tb 는 되어야 합니다. 즉 순수하게 오직 개발 머신 외의 작업은 안 할거면 512g, 그 외 생활에 좀 더 활용하고 싶다면 1Tb 부터 생각하는 게 좋습니다. 외장 SSD 달고 다니는 것도 짜증날 때가 많거든요.

CPU는 이미 M1부터 훌륭한 사양이었습니다. M4는 말할 것도 없이 좋겠죠. 저전력으로 M2Pro 의 성능을 내주기 때문에 과거에는 생각하지 못했던 맥북에어까지 개발머신으로 고려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팬이 없는 구조라 쓰로틀링이 잘 걸린다는 얘기는 영상편집을 하는 분들에게 해당하는 내용입니다. 게임 개발자가 아니라면 큰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IDE 를 몇 개 띄운 뒤 거의 대부분의 시간은 워드프로세서 수준의 타이핑 작업을 하고 한 번씩 컴파일 돌려보니까요. 물론 백그라운드에서 시뮬레이터가 돌긴 하지만 그게 CPU 에 큰 무리가 되는 작업이 아니죠. IDE 가 버벅이는 것은 메모리 부족 때문이지 CPU 가 딸려서 나타나는 문제가 아닙니다. 컴파일 시간이 그렇게 오래 걸리는 것도 아니고 한 번 컴파일하면 이후에는 증분처리 되기 때문에 실제로 빌드 시 CPU 최고를 찍는 시간은 얼마 되지 않습니다. 그래서 쓰로틀링 얘기는 신경 쓰지 않아도 됩니다. 물론 로컬에서 머신러닝 테스트를 며칠씩 돌려야 하는 상황이라면 예민할 수 있겠지만 과연 그럴 일이 있을까요? 이런 분들은 테스트 머신을 따로 구성해서 원격으로 작업하시는 게 좋습니다.

칩셋은 선택 범위가 넓은데, 대다수의 개발자에게 과연 Max 나 Ultra 급의 칩셋이 필요한지는 정말 모르겠습니다. 저는 영상편집이나 게임개발 같은 분야를 위한 특수한 칩이라고 생각합니다. 게다가 팬의 존재는 M4에서 큰 의미가 없습니다. 돌 일이 거의 없죠. 성능코어가 많은 M4Pro 이상을 위한 팬 설계입니다. 맥북프로를 선택한다면 M4칩 모델은 고려 대상이 아닙니다. 위 표에서 맥북프로의 M4칩 모델은 제외했습니다. 또 14코어는 발열제어 때문에 14인치에 적합하지 않으므로 이 역시 제외했고, Ultra 가 필요없기 때문에 맥 스튜디오도 제외했습니다. 만약 M4칩 정도의 성능이 필요하다면 맥북에어도 충분합니다. 맥북프로가 화면 좋고 소리 좋고 포트 많지만, 화면은 개발하는 데 그리 체감 안 되고, 노트북에서 소리 빵빵하게 켤 일도 없고, USB-C 로도 포트 확장이 크게 불편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M4칩이 필요한지, M4Pro칩이 필요한지에 따라 맥북에어나 맥북프로를 선택하면 됩니다. 가성비를 따지는 건 무의미합니다. 자신의 작업 특성에 따라 판단해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곧 장비를 바꾸게 되므로 추가 지출이 생깁니다.

대학생이라면 맥북에어 13인치 24g ram 512g ssd 가 최고의 선택이 될 것 같네요. 이 시기에는 크거나 무거우면 불편합니다. 가방에 책과 함께 넣고 다니고, 도서관의 좁은 책상에서 펼쳐야 할 때도 많습니다. 그래서 작고 가벼운 것이 좋습니다. 게다가 아직은 프로젝트 규모가 크지 않고 대부분 샘플 앱 테스트가 많을 것이므로 이 정도면 충분하리라 생각합니다.

현업에 있는 분들이라도 프로젝트 규모가 크지 않다면 맥북에어 15 인치 + 추가 램 조합은 좋은 구성입니다. M4 칩 성능이 워낙 좋아서 웬만한 작업은 이제 거의 다 할 수 있을 것 같네요. 화면도 14인치보다 더 커서 작업 활용도가 좋을 것 같고 배터리도 더 오래 갈 것 같습니다. 외장 모니터 제약도 풀렸습니다. 그러나 M1 기준 빌드타임이 수십분 걸리거나, 무거운 테스트를 오래 진행해야 한다면 M4Pro 칩을 사용하는 맥북프로를 고려해볼 것 같습니다. 성능코어가 많고 메모리 대역폭도 빨라서 작업시간을 절반으로 단축할 수 있으니까요. 어느 정도의 사양이 필요한지는 본인이 잘 알테지만, 칩셋이나 저장공간을 내리더라도 램 크기를 타협해서는 안 됩니다. 램은 정말 중요합니다.

애플이 악랄하다고 느끼는 게, CTO를 선택할 수밖에 없게 해놓고선 가격을 비상식적으로 높게 책정해 놓았다는 점입니다. 한 단계마다 30만원씩 증가합니다. 게다가 M4Pro 칩에는 32g 램을 선택할 수 없게 해놔서 어쩔 수 없이 48g 로 올려야 합니다. 60만원을 더 쓰라는 것이죠. 악마입니다. ‘CTO 업글할 바에는 상위모델 살 수 있는데…’ 라는 생각은 안 하는 게 좋습니다. 결국 램과 저장공간을 비슷하게 구성하게 되면 위의 표와 같이 값이 동일하게 엄청 뜁니다. 정말 미친 가격이고 사악한 설계입니다. 저는 솔직히 이 비용을 납득할 수 없습니다.

배터리는 3년, 노트북은 6년

이동성이 전혀 없다면 맥미니를 적극 고려해보는 것이 좋습니다. 이번에 맥미니는 폼펙터도 변경됐고 전면에 USB-C 포트도 있어서 굉장히 좋습니다. 만약 9:1 비율로 이동성이 아주 낮다면 (항상 모니터 붙여서 사용하는데, 어쩌다 까페 한 번 들고 나가서 놀거나, 회의할 때 잠깐 들고 들어가서 리뷰하는 수준) 14인치 맥북프로가 좋은 선택이 될 것 같네요. 하지만 이동성이 그보다 많다면 15인치 맥북에어가 화면이 커서 작업하기 더 좋을 것 같습니다. 14인치(35.9cm)와 15인치(38.9cm)는 크기 차이가 제법 납니다. 밖에서 작업하기에는 크기와 무게가 굉장히 큰 영향을 미칩니다. 저는 인텔 맥북프로 15인치를 써와서 그런지 그보다 작은 크기에서는 감옥에 갇힌 듯이 답답하더군요. 더 크고 더 엄청난 성능이 필요하다면 무겁더라도 16인치로 가셔야 합니다. 14인치보다 팬도 더 커서 고부하 작업을 훨씬 잘 견딥니다.

즉, 휴대할 일이 전혀 없으면 맥미니 + 모니터, 휴대할 일이 극단적으로 적으면 14인치 + 모니터, 그보다 휴대할 일이 많으면 15인치나 16인치로 가시면 됩니다. 흔히들 휴대할 일이 많으면 14인치를 선택하라고 하지만 저는 그 말에 동의할 수 없습니다. 14인치로는 외부에서 작업을 할 수가 없습니다. 코딩이든 사진이든 영상이든 뭐든 작업이라는 걸 하려면, 그러니까 ‘일’을 하려면, 적어도 15인치 이상은 되어야 합니다. 그보다 크기가 작으면 작업 효율이 굉장히 떨어지고 거북목만 유발하죠. 그래서 외부 작업이 정말 많은데 고성능까지 필요하다면 16인치를 꼭 선택하시길 바랍니다. 돈 문제는 어쩔 수 없습니다. 일단 일을 해야 하잖아요.

신중하게 고민해서, 지금 자신에게 필요한 기기를 딱 맞춰서 사는 것이 가장 좋은 선택입니다. 오버스펙으로 살 이유가 전혀 없고, 너무 먼 미래를 대비하지도 마십시오. 노트북은 기대와는 달리 오래 사용 못합니다. 그냥 소모품입니다.

배터리는 아무리 잘 관리하더라도 2년이 지나면 상태가 안 좋아져서 3년째에는 바꿔야 합니다. 제 맥북은 배터리와 일체형이라면서 멀쩡한 키보드와 트랙패드까지 교체한다고 50만원 부르더군요. 죽일놈들입니다. 아무리 좋은 노트북을 사더라도 5년이 지나면 성능이 턱밑까지 한계가 오며 6년 째에는 교체하지 않고 버티기가 힘들어 집니다. 오래 쓰겠다고 인텔 맥북프로를 최고 사양으로 지른 뒤 실리콘 칩 발표 이후 애플을 저주했던 분도 있습니다. M1 칩 대비 성능이 2배 향상된 M3칩이 나오기까지 고작 3년밖에 걸리지 않았습니다. 작년에 나온 M4칩도 시간이 지나면 아쉬울 게 분명합니다. 결국 노트북은 5년 차까지 쓰게 되면 ‘교체냐, 몇 달 더 쓰냐’를 고민하게 됩니다.

신제품은 항상 좋습니다. 중요한 건 돈이죠. 컴파일 시간, 까짓것 몇 초 더 기다리는 게 뭐 어때서요. 적당한 선에서 타협해야 합니다. 애플 기계는 살 때마다 너무 비싸서 욕이 절로 나옵니다. 10년 정도 사용할 수 있으면 좋겠지만 절대 그렇게 되지 않습니다. 필요한 사양에 알맞게 사고, 개발용으로 사용하기 힘들어지면 가족이나 지인에게 주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일상적인 용도에서는 5년이 훌쩍 지나도 충분히 좋을 테니까요.